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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이슈

매절계약을 아시나요?

by Spike Lee.. 2019. 10. 30.

매절계약을 아시나요?

 

파주 출판도시

 

                                    매절계약을 아시나요?

 

                                                                글 : 이승훈(한국출판경영연구소 대표)

 

 

 

출판업계의 오랜 관행 중에 매절계약이 있다. 출판사에서 창작자와 출판계약을 할 때 이른바 매절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출판사에서는 창작자인 저자와 출판계약을 하면서 저작권료를 한 번에 지급하고 더 이상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출판계약의 형태를 매절계약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출판사들이 관행적으로 행하는 매절계약이 법적으로는 불안정한 상태의 계약이다. 매절계약을 한 저자와 출판사 사이에 계약에 관한 법적인 분쟁이 발생하여 소송을 하게 되면, 법원에서는 출판사가 생각하는 대로 매절계약의 의미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출판사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기존의 출판업계의 관행과 다른 법적인 판단은 출판사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계약관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

 

출판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매절계약이란 용어의 뜻은 출판사들 사이에서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출판업계 종사자들에게 매절계약의 의미에 대해 문의해본 결과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체로 저자에게 저작권인 인세를 한 번 지급하고 그 이후에는 책 판매량과 상관없이 아무런 보상이나 추가로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출판 종사자의 경우 1쇄 판매 전에 1쇄 인쇄 부수에 해당하는 저작권료를 일괄 지급하고, 그 다음에 2쇄 제작할 때 2쇄 분량에 해당하는 저작권료를 지급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추가로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책이 많이 팔리면 저작권료인 인세를 더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출처 : 출판저작권 첫걸음).

 

이러한 관행이나 실행 형태로 보아 매절계약이 아주 엄격하게 지켜지는 업계의 관행이거나 용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매절계약이 정확한 용어이거나 의미가 명확하다면 출판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그 의미를 혼동해서 사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는 이른바 매절계약에 대한 법적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출판업계에서 통용되는 의미대로 인정하지 않고 계약의 성질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있다. 즉 지급된 저작권료 등 여러 가지 생황을 고려하여 양도계약또는 이용허락계약으로 해석하고 있다. 법원은 저작권료인 인세 금액이 통상적인 저작권료를 초과하는 큰 금액일 경우에 양도계약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단순히 이용허락인 출판계약으로 판결하고 있다(대법원 1995. 9. 26. 선고 953381).

즉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일시에 지급한 원고료가 통상적인 인세를 초과하는 고액이 아니라면 그 계약을 양도계약이 아니라 출판권 설정계약이거나 독점적인 출판계약으로 보고 있다(서울북부지법 2008. 12. 30. 선고 2007가합5940판결). 이것은 결국 저작권에 관한 계약이 양도인지 이용허락인지 불분명할 경우 저작자에게 권리가 유보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여 저작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의미이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매절계약을 당연히 저작권의 양도라고 생각하고 업무를 처리해 왔는데 막상 소송이 발생하여 법적 판단을 받게 되면 양도가 아니라 이용허락으로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불만스러울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출판계약의 불공정한 관행에 대해 시정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20148월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2차적 저작물에 관한 창작권까지 매절하도록 하는 출판계약 관행은 창작자가 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환경에서 문화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계약체결 시 저작자에게 일정금액만 지불하면, 저작물 이용으로 인한 장래수익은 모두 출판사에게 귀속되고 저작자에게는 추가적인 대가가 돌아가지 않는 계약형태를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출판계약서의 불공정 조항을 수정하여 표준계약을 정하였다. ‘매절계약에 관한 부분과 계약 내용 자동 연장에 관한 부분을 불공정하다고 보아 수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출판표준계약서에 반영되어 있다.

 

일부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2차적 저작물 작성에 관한 부분도 매절계약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저작권법에서 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대해서 저작자에게 유리하게 규정하고 있다. 저작재산권의 양도 계약 시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다(저작권법 제45조 제2). 아직 창작되지 않은 2차적 저작물에 관한 부분까지 출판사에게 양도 되는 것으로 본다면 저작자에게 매우 불공정하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이기도 하다. 즉 저작자가 더 나은 조건으로 제3자와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미리 박탈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법률이다. 법원은 일반적인 인세금액을 지급한 경우에는 저작권의 양도계약을 인정하지 않는다. 법원은 저작자를 보호하기 위해 출판업계의 오랜 관행인 매절계약에 예전부터 제동을 걸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매절관행에 대하여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왜 출판사는 매절계약을 버리지 않는 것일까?

 

출판사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이른바 매절계약을 원하는 저작자도 있고 도서판매 시장의 위축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출판사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매절계약을 하게 되면 출판사는 책 판매가 늘어나더라도 추가적인 저작권료 지급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익이 커지게 된다. 또한 간혹 베스트셀러가 되어 크게 성공하게 되면 드라마, 영화 등 2차적인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 때문에 매절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책이 잘 팔리지 않게 되면 매절계약은 출판사에게 불이익이 된다. 즉 일시에 지급된 저작권료도 벌어들이지 못할 수 있다. 결국 매절계약은 출판사의 투자 성격이 강하다. 오로지 출판사의 이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점차 저작자의 권리 보호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과거에 관행처럼 행해졌던 계약형태이더라도 공정하게 변화될 필요는 있다. 결국 출판사와 저작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매절계약이 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거나 일부 불공정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그 속에는 출판업계의 오랜 고민도 들어 있다. 출판사의 고민도 해결하고 저작자의 권리도 지켜지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출판계약이 시행된다면 출판계약을 둘러 싼 불필요한 법적 분쟁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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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저작권보호원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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